[꽃보다MG-프랑스②] 르노 신형 클리오 타고 르망·파리 탐험…"인생은 실전"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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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9 17:28
[꽃보다MG-프랑스②] 르노 신형 클리오 타고 르망·파리 탐험…"인생은 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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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실패(?)가 얼마나 분했던지, 오랜만에 잠을 설쳐가며 아침이 밝아오길 기다렸다. 오늘 일정은 르망24시 내구레이스가 진행되는 샤르트서킷으로의 성지순례. 내일 당장 르망24시가 열려 생생한 현장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매년 24번째주에 열림), 샤르트서킷은 인근 일반 도로를 이용해 만든 서킷이어서 격렬했던 레이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르망24시는 세계 3대 모터스포츠로 꼽히는 대회인 만큼, 신형 클리오를 타고 이곳을 달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했다.

 

▲ 호기심 잔뜩 머금고 나선 호텔, 마른하늘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금방 그치겠지란 기대도 잠깐,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은 더욱 굵어졌다. 불안한 마음에 프랑스 파리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오늘뿐 아니라 내일 오후까지 계속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하늘은 짙게 어두컴컴해 햇빛이 들어설 여지를 조금도 주지 않았다. 르노 신형 클리오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 어젯밤 잠을 설쳐가며 기대했던 날씨는 대략 이랬다. 1차 목표는 르망서킷 성지순례였지만, 최종 목표는 르노 신형 클리오 시승기. 적당한 높이에 무성히 떠 있는 구름, 넓게 펼쳐진 논, 뜨문뜨문 놓여있는 고즈넉한 집, 한적하게 풀을 뜯고 있는 가축 등 한적한 프랑스의 시골길을 달리며 시승 영상을 찍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날씨는 프랑스 일정이 모두 끝나고 '2017 제네바모터쇼'가 열리는 스위스로 가는 동안 잠깐 볼 수 있었다.  

 

▲ 빗방울이 굵어지든 말든, 어쨌든 우리는 시승기를 찍어야 했다. 프랑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대부분 최대 130km/h여서, 국내에 비해 비교적 차의 성능을 더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며 시승할 수 있었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고속도로는 신형 클리오의 주행 안정성을 테스트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정신을 집중하며 운전을 했고,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신형 클리오 시승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3편에서 풀도록 하겠다.

 

▲ 르망24시가 열리는 샤르트서킷은 상설서킷인 부가티 서킷과 인근 도로를 연결한 약 13.7km 구간이다. 잘 닦여진 서킷과 울퉁불퉁한 일반 도로를 함께 달리는 대회다 보니, 차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기에 더욱 효과적이다.

첫 대회가 열린 1923년에는 긴 타원 형태로, 2개의 직선과 2개의 코너로 이뤄진 단순한 모양이었다. 현재의 서킷은 안전 및 레이싱 적합도를 위해 약 14번의 수정을 거친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정을 거쳤다고는 해도 샤르트서킷은 여전히 직선 위주의 서킷이다. 13.7km를 달리는 동안 브레이크를 고작 9번 정도 밟을 뿐, 나머지는 풀스로틀로 달린다고 한다.

 

▲ 르망24시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승권에 포함되려면 24시간 동안 5400km, 약 400바퀴를 돌아야 한다.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분20여초, 최고속도는 약 330~340km 수준이다. 초기 대회 때는 레이서 1명이 24시간 동안 달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선수 혹사 문제로 요즘은 3명이 번갈아 운전한다. 1명이 연속으로 4시간 이상 달릴 수 없으며, 최대 주행 시간은 14시간을 넘길 수 없다. 대회 동안 연료는 약 2000리터, 타이어도 약 120개가량을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벤틀리 뮬산의 이름은 샤르트서킷에서 가장 긴 직선 구간인 '뮬산 스트레이트'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는 6km에 달하는 길이였는데, 1990년 FIA(국제자동차연맹) 규정이 바뀌면서 서킷에 2km 이상의 직선구간이 허용되지 않게 됐다. 그래서 2km마다 시케인(S자 코너)을 뒀는데, 첫 번째 시케인은 '플레이스테이션 시케인', 두 번째 시케인은 '미슐렝 시케인'이라 불린다(르망24시 조직위에서 해당 업체에 판매).

 

▲ 현장에서 샤르트서킷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달리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대회가 끝나면 다시 일반 도로로 사용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서킷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군데군데 있는 연석과 방향표시판을 제외하고는 그 흔적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또, 일반 도로를 그대로 쓰는게 아니라, 대회에 적합하게 변형시켜 사용하는 듯했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서킷 라인은 현실 앞에서 순식간에 망가졌다. 

 

▲ 원래는 진짜 샤르트서킷을 달리며 르망24시에 대해 설명하려 했지만, 냉혹한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귀국하자마자 회사로 달려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 그란투리스모를 켜고 가상 세계로 들어가 르망24시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새삼 르망24시를 뛰는 레이서들이 대단하다 느껴지는 순간이다. 가상으로, 아무리 좋은 차를 골라서 달려봐도 도저히 그들의 기록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 24시간을 달려야 한다니. 아마도 이 대회의 목적은 차량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서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것인 듯싶다.

 

▲ 다음날. 못다 찍은 클리오 시승기를 마저 촬영해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급한 마음에 비가 조금 내릴 때라도 촬영을 하려고 나섰는데, 카메라를 켜자마자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날씨는 어쩔 수 없는 노릇. 정 안되면 스위스에 가서라도 찍자는 심정으로 과감하게 리뷰를 포기했다. 다음 행선지로 예정됐던 르노 박물관으로 발걸음을(타이어를) 옮겼다. 

 

▲ 한국에서 찾아놨던 르노 박물관(엑스포-메세 르노, Expo-Musée Renault)은 조금 이상한(?) 곳이었다. 문은 꽁꽁 닫혀있고,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 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메세(Musée)라는 단어에 미술관이라는 뜻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잘못 찾은 듯했다. 조금 더 검색한 뒤에야 르노 박물관은 독일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그런데 진짜 프랑스, 특히 파리에는 르노 박물관이 없나?).  

 

▲ 비록 우리가 원했던 르노 박물관은 독일에 있다지만, 파리에는 르노 카페(L'Atelier Renault Café)라는 곳이 있었다.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르노의 다양한 자동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인데,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당장 목적지를 르노 카페 바꾸고 다시 출발. 그런데 웬일인가. 르노 카페가 있는 샹들리제 거리는 무장경찰이 차량 출입을 통제하며 지키고 있는게 아닌가. 무슨 일이 있었나 뉴스를 검색해보니 테러 용의자가 파리에서 발견돼 경찰이 샹들리제 거리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는 등 집중 단속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 다음 일정 및 주차 문제로 인해 르노 카페 방문도 무위로 끝났다. 하는 수 없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프랑스의 교통 문화와 파리에 즐비한 관광지(유적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샤를드골광장은 프랑스 교통 문화의 위엄을 단 한 방에 체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커다란 개선문을 중심으로 8차선 정도 되는 넓은 원형 교차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무려 12개의 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 원형 교차로는 진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진입하자마자 수십대의 차량이 앞으로 끼어들려고 옆으로 바짝 붙는다. 도저히 원하는 곳으로 빠져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곳을 지배하는 원칙은 단 하나, 오른쪽에서 끼어드는 차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 프랑스에서 처음 주유를 한다면 헷갈릴 가능성이 높다. '디젤'에 대한 표현이 3개나 되기 때문이다. 하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디젤(Diesel), 다른 하나는 가스오일(Gasoil), 나머지 하나는 가졸(Gazole)다. 가스오일과 가졸의 경우, 스펠링이 모두 가솔린(Gasoline)과 비슷해 더 헷갈린다. 또, 주유소는 거의 대부분이 셀프인데, 주유소에 따라 계산 먼저 하고 기름 넣는 곳이 있고, 기름 먼저 넣고 계산하는 곳이 있다.

 

▲ 현금을 여유 있게 챙기는게 좋다. 잘못하면 톨게이트를 지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톨게이트는 대부분 신용카드로 계산할 수 있지만, 지방에 있는 일부 톨게이트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3박4일 동안의 프랑스 탐방 중 약 20곳이 넘는 톨게이트를 지났는데, 약 5번째 톨게이트(르망 인근)는 신용카드가 안 됐다. 당시 현금이 없어 할 수 없이 여권 사본을 주고 지불을 약속하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왔다.

혹시 다른 톨게이트에서도 안 될까 걱정돼 급한 대로 가장 가까운 현금인출기를 찾아 200유로를 뽑았다. 그런데, 그 후에 통과한 나머지 톨게이트는 모두 신용카드가 됐다. 덕분에 200유로는 지갑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 톨게이트 회사에 미납 요금 18.80유로를 보냈는데, 해외 송금 수수료를 포함하니 총 60유로가량 나왔다. 

 

▲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파리 시내를 드라이브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TV에서나 보던 명소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기분은 꽤 짜릿하다. 코너를 돌자 눈 앞에 에펠탑이 펼쳐지는 광경은 무척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나중에 꼭 예쁜 여자친구와 함께…

 

▲ 프랑스 일정이 끝나고 스위스로 출발하니 그제야 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3일 동안 장마(?)에 시달린 후유증인지, 이마저도 감개무량했다. 서둘러 비구름을 벗어나 뭔가 멋져 보이는 시골 마을로 방향을 틀었다. 잠시 까먹고 있었지만, 우리의 최종 목적은 어디까지나 신형 클리오 시승기였다. 주행 영상은 이미 차고 넘치게 찍은 상황. 비를 맞으며 서둘러 설명한 외관 디자인을 다시 찍기로 했다.

사실, 1편과 2편이 워낙 실패의 연속이다 보니 '놀러 갔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신형 클리오 시승기만은 제대로 찍으려 노력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곧 나올 '꽃보다MG-프랑스' 3편을 기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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