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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칼럼] '폭스바겐의 전설' 피에히의 씁쓸한 퇴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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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11: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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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였죠. 독일 주말판 신문인 빌트암존탁은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ëch) 전 폭스바겐그룹 이사회 의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상당수의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경영권 문제로 물러난 그가 가지고 있는 포르쉐SE 주식은 약 14%가량입니다. 그중 상당량을 매각할 계획인데, 액수로는 약 1조2000억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를 처분할 경우 피에히는 폭스바겐그룹에서 완전히 영향력을 잃게 되고 맙니다. 그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네요.

# 전설이 된 엔지니어

익히 알려진 것처럼 피에히 전 의장은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로 1937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 영향을 받고 자란 그는 자동차 기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공부를 마친 1963년부터 1971년까지 포르쉐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그 유명한 경주용차 917 제작을 뚝심으로 밀어붙이며 유명세를 얻기도 했지만, 그 바람에 회사 재정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폭스바겐 이사회 의장 / 사진=폭스바겐

이후 포르쉐 집안의 경영권 갈등으로 그는 회사를 떠났고, 1972년부터 아우디에서 일하게 됩니다. 콰트로, 공기저항, TDI 엔진, 알루미늄 바디, 5기통 엔진 등이 그의 작품으로, 지금의 아우디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1988년 아우디 회장에 취임한 그는 다시 1993년 폭스바겐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고, 2002년까지 현장을 지휘하게 됩니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서는 2015년까지 폭스바겐그룹 감독 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게 되는데, 총 20년 이상 폭스바겐의 절대군주로 그룹을 통치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 자신이 키우고 이끈 마틴 빈터콘 전 폭스바겐 회장과 갈등이 생겼고, 그를 축출하려고 시도하던 중 오히려 마틴 빈터콘을 지지하는 이사회의 집단 반발에 의장 자리를 떠나는 수모를 당하게 됩니다.

▲ 포르쉐 박사를 중심으로 사진 좌측은 911을 디자인한 친손자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 우측이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 사진=포르쉐

2015년에 터진 디젤 게이트를 통해 마틴 빈터콘이 물러나면서 혹 피에히 전 의장이 다시 복귀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주주의 자리까지 내놓으며 완전히 폭스바겐과 결별을 할 상황에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는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요?

# '피에히vs포르쉐' 집안 권력다툼

피에히의 이번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르쉐 가문을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포르쉐 박사에게는 딸 루이제와 아들 페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루이제는 안톤 피에히와 결혼하며 루이제 피에히가 되고 페리 포르쉐는 아버지의 뒤를 이으며 포르쉐를 경영하게 되죠.

▲ 페르디난트 피에히(사진 맨 왼쪽)와 볼프강 포르쉐 (사진 맨 오른쪽) / 사진=포르쉐

루이제 피에히는 2차 대전 당시 아버지와 남편이 전범 수사를 이유로 프랑스로부터 감금당했을 때 회사를 지키고 법적 투쟁을 하기도 했던 여장부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겐 4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페르디난트 피에히였습니다.

반대로 오스트리아에서 루이제 피에히가 포르쉐 사업권을 가지고 일을 하는 동안 페리 포르쉐는 독일에서 포르쉐를 이끌며 회사를 키워나가게 됩니다. 그런 페리 포르쉐에게도 4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페르디난트 피에히와 권력 투쟁을 벌인 볼프강 포르쉐였습니다.

 

이 집안은 포르쉐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협력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도권을 위한 갈등과 경쟁을 끊임없이 이어왔습니다. 2005년, 당시 비데킹 회장이 이끌던 포르쉐가 거대한 폭스바겐그룹을 인수하겠다며 지분 인수에 나서며 포르쉐가와 피에히가의 갈등이 표면화됩니다.

당시 폭스바겐그룹은 피에히 가문의 3남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회장으로 있었고 비데킹 포르쉐 회장의 뒤에는 포르쉐 집안의 막내(74세) 볼프강 포르쉐 대주주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포르쉐 집안의 사촌형제끼리 그룹 전체 경영권을 놓고 싸움을 벌인 격이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폭스바겐그룹이 포르쉐를 역으로 인수하며 이 다툼은 2009년 끝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볼프강 포르쉐나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결국 집안 사람들이었습니다. 두 가문은 폭스바겐그룹 경영권을 함께 지키기로 하고 지주회사인 포르쉐SE를 통해 의결권(현재 53%)을 갖게 됩니다. 이로써 포르쉐 가문은 완벽하게 폭스바겐과 포르쉐를 통합시켰고, 이는 포르쉐 박사가 회사를 세운 지 78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 친가의 역공?

이후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그룹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됩니다. 공격적 인수합병 등을 통해 거대한 제국으로 회사를 키웠고 카리스마를 앞세워 자신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 볼프강 포르쉐(맨 왼쪽) / 사진=포르쉐

반대로 볼프강 포르쉐는 포르쉐SE의 감독위원회(6인)를 이끌며 조용히 대주주의 역할에만 임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데킹 포르쉐 회장이 폭스바겐 인수전에서 실패하고 물러날 때 눈물을 떨구던 볼프강 포르쉐는 이후 피에히에 반기를 들게 됩니다. 바로 마틴 빈터콘 회장 축출을 명했던 피에히 의장과 맞선 것이죠.

볼프강 포르쉐는 노조 측 감독이사 등 핵심 멤버들과 뭉쳐 피에히 의장의 뜻에 반대하며 빈터콘을 지지했고, 결국 사촌 형인 피에히를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합니다. 내부 반발에 힘을 잃은 피에히는 이후 포르쉐 가문의 또 다른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바로 '세대교체'라는 대의명분 아래 말입니다. 

# 폭스바겐그룹의 세대교체를 위해

최근 독일 슈피겔은 피에히 전 의장이 자신의 주식을 팔려고 하는 이유로 다음 세대로 지분을 넘겨 대주주의 권리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집안 압박에 무릎 꿇은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실었습니다.

현재 폭스바겐 경영의 실질적 권리를 가진 곳은 포르쉐SE로, 이곳 감독 이사회에는 볼프강 포르쉐와 바로 위의 형 한스 페터 포르쉐가 있으며, 다시 사촌인 페르디난트 피에히와 그의 동생 한스 미헬 피에히가 있습니다. 여기에 볼프강 포르쉐의 큰형 아들인 페르디난트 올리버 포르쉐, 또 쌍둥이칼로 유명한 헨켈의 전 회장 울리히 레너가 유일하게 핏줄이 아닌 입장에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6인회에서 페르디난티 피에히를 내보내고 새로운 인물을 앉히겠다는 것이 포르쉐가의 결정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확히 누가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피에히가와 포르쉐가에는 여러 자손들이 있기 때문에 피에히가 순순히 포르쉐가에게 자신의 지분을 내놓고 물러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페르디난트 피에히 / 사진=아우디

피에히는 자동차 엔지니어로 정말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또 경영인으로 폭스바겐을 사지에서 구해내기도 했죠. 할아버지도 이루지 못했던 자동차 제국의 꿈을 실현하며 승승장구했던 그였지만 한편으로는 주변을 품지 못하고 강하게만 밀고 나간 다소 독단적 모습의 그를 사람들은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부러지고 말았죠.

그의 폭스바겐그룹과의 인연은 이처럼 씁쓸하게 끝을 맺게 될 듯한데요. 슈피겔 등의 매체들은 5월 주총 전까지 이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 포르쉐 가문의 계획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과연 피에히 전 의장은 자신의 80회 생일(4월 17일)을 어떻게 맞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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