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시론의 기막힌 생산 과정 “6개월간의 혈투”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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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09 02:32
부가티 시론의 기막힌 생산 과정 “6개월간의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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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세계에서 가장 귀한 차. 부가티의 새로운 슈퍼카 ‘시론(Chiron)’은 ‘최고’와 관련된 어떤 수식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시론은 평균적으로 여섯달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 제작 방식과 과정이 상당히 독특하다. 시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함께 살펴보자.

 

# 부가티 몰샤임 공장

부가티의 본사와 공장은 프랑스 동부의 작은 도시 ‘몰샤임(Molsheim)’에 위치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는 이곳에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본사를 이탈리아 모데나로 옮겼던 적도 있지만, 폭스바겐그룹이 부가티를 인수한 후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시 몰샤임으로 본사와 공장을 옮겼다. 

 

공장은 아주 작다. 직원도 적다. 거의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로봇도 없다. 컨베이어 벨트도 없다. 거의 모든 부품은 유럽 전역에서 만들어지고, 몰샤임 공장에서는 조립과 테스트가 진행된다. 부가티는 이 공장을 예술품을 만드는 ‘아틀리에(Atelier)’라고 부른다. 

 

아틀리에의 한면은 전부 유리로 돼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거대한 블라인드 시스템이 적용됐고, 공장 내부는 적정 온도와 습도가 철저하게 유지된다. 내부 바닥은 에폭시 소재로 제작돼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단 20명의 직원만이 시론을 조립한다.

# 주문 들어왔다!

시론의 기본 외장 색상은 23개가 준비됐고, 카본파이버 특유의 무늬를 그대로 살리면서 총 8개 색상을 입힐 수 있다. 실내 스티치는 30개 색상으로 꾸밀 수 있다. 카페트의 종류는 18개, 안전벨트의 색상은 11개가 기본이다. 가죽은 31개, 알칸타라는 8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전부 부가티가 제안하는 ‘프리셋’일 뿐, 소비자들은 세상의 모든 색상과 소재를 제시할 수 있다. 부가티는 소비자가 원하면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는 무엇이든 만들어준다.

 

이밖에도 곳곳에 특별한 디자인의 로고나 이니셜을 새길 수 있고, 헤드레스트와 시트 등받이 등에 다양한 무늬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소비자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시론의 생산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소비자가 시론을 전달받기까지 평균적으로 6개월이 소요되며, 계약자가 요구하는 사양에 따라 제작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 전유럽에서 몰샤임으로

부가티는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유럽 전역에 위치한 공급 업체에게 필요한 부품 제작을 의뢰한다. 카본파이버로 제작된 모노코크 바디쉘과 섀시는 개별 조립된 상태로 몰샤임으로 배달된다.

 

베이론을 생산할 때와 달리 시론을 생산할 때는 공장에 몇가지 부분이 달라졌다. 시론의 특성과 생산 공정의 복잡성을 고려해 더 효율적인 제작 방식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외부 부품은 초기 검사를 거친 뒤, 몰샤임 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기술 센터에서 사전 조립된다. 

또 1500마력으로 최고출력이 높아지면서, 시론의 강력한 엔진 성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롤링 다이나모미터(Rolling Dynamometer)’가 설치됐다. 

# 색을 입히다

외부 패널과 각종 부품은 페인트샵에서 3주의 시간을 보낸다. 카본파이버를 도색할 경우 총 여섯겹의 레이어가 덮힌다. 또 유니(Uni), 메탈릭(Metallic), 펄(Pearlescent)의 경우 여덟 단계를 거친다. 

 

부가티는 도색 품질 및 색상의 다양성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모든 레이어는 전부 숙련자가 직접 도포하고, 단계를 거칠때 마다 코팅과 샌딩, 광택 작업이 진행된다.

# 누구보다 강력한 파워트레인

시론은 마치 F1 레이스카를 조립하듯 만들어진다. 먼저 모노코크 바디쉘과 조립된 섀시를 스탠드에 세우고, 각 파츠를 붙인다. 총 12단계를 거치는데, 가장 먼저 엔진과 변속기를 서로 조립한다. 

 

엔진은 폭스바겐그룹의 잘츠기터 엔진 공장에서 생산된다. 8.0리터 16기통 쿼드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500마력, 최대토크 163.3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8명의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엔진을 조립하며, 엔진 하나를 완성하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엔진은 8시간의 최종 테스트를 거쳐 몰샤임으로 도착한다. 

변속기는 베이론의 변속기를 제작했던 영국의 리카르도(Ricardo)가 새롭게 제작했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강력한 엔진의 토크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괴물같은 파워트레인을 통해 시론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5초만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420km다.

# 파워트레인과 섀시의 만남

아틀리에에는 두개의 섀시 조립 플랫폼이 마련됐다. 각각의 플랫폼에는 3명의 직원이 배치됐다. 이들은 약 일주일에 거쳐 섀시를 조립한다. 이들은 여느 공장의 섀시 작업자와 달리 차체 앞부분과 모노코크 바디쉘과 프레임, 섀시 뒷부분을 전부 조립한다. 

 

전자식 너트런너(EC nutrunner) 시스템을 통해 각 체결 부위를 조이는 볼트의 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 작업자가 설정값에 알맞게 볼트를 조이면, 신호를 보낸다. 시론에는 총 1800개 이상의 볼트가 사용된다. 시론에게 가장 중요한 볼트는 모노코크 바디쉘과 섀시 뒷부분을 연결하는 14개의 볼트다.

 

이 볼트는 차량 강성과 안전성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14개의 볼트는 티타늄으로 제작됐고, 뛰어난 강성으로 각 부위를 결합시킨다. 티타늄 볼트의 무게는 34g이다.

# 테스트, 그리고 또 테스트

섀시 조립이 끝나면, 바퀴를 섀시에 볼트로 고정시킨다. 그리고 엔진, 변속기 오일, 브레이크 액, 냉각수 등을 채워넣는다. 엔진 냉각수 테스트를 끝내면, ‘롤링 섀시’는 롤링 다이나모미터로 이동한다. 여기서 조립된 차체의 엔진을 테스트한다. 차체에 장착된 엔진을 처음으로 구동시키는 순간이다. 롤링 다이나모미터에서 파워트레인을 테스트할 땐 최대 1200A의 전기가 생산되고, 이 전기는 아틀리에 인근 마을로 공급된다. 테스트는 2-3시간 소요되며, 약 60km 정도를 달린다.

 

테스트가 끝나면 카본파이버로 제작된 외부 패널이 장착된다. 카본파이버 패널의 장착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부가티는 베이론을 만들 때와 다르게, 사전 조립 방식을 고안했다. 외부 패널이 차체에 완벽하게 고정되기까진 약 3-4일이 소요된다.

 

외부 패널 장착을 마치면, 곧바로 누수 테스트가 진행된다. 다양한 강도의 물줄기에 약 30분 가량 시론이 방치된다. 검사에 통과하면, 실내 점검이 이어진다. 모든 부품이 제위치에 장착됐는지, 작동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 점검 작업은 무려 3일이나 걸린다.

 

여러 테스트를 거친 시론은 300km가 넘는 주행 테스트를 거친다. 차체 보호를 위해 보호막이 설치된다. 보호막을 꼼꼼하게 설치하는 것도 하루가 걸린다. 또 테스트를 위한 타이어와 언더바디가 장착된다. 주행 테스트를 통과하면, 마지막으로 세차와 광택 작업이 진행되고, 시론의 모든 생산 공정은 끝난다.

 

# 30억원의 값어치

약 6개월의 제작 기간 동안 20명의 작업자가 1800여개로 구성된 시론의 개별 부품을 조립하고, 17명의 물류 직원과 15명의 품질 보증 직원이 작업을 도왔다. 계약자는 원한다면 자신의 시론이 만들어지는 동안 여러번 아틀리에를 방문할 수 있다.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고, 직접 시운전을 할 수도 있다.

 

생산 과정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시론은 계약자에게 전달된 후에도, ‘부가티 플라잉 닥터(Bugatti Flying Doctors)’에게 상태를 점검 받는다. 부가티 플라잉 닥터는 시론에게 이상이 발생하면 전세계 어떤 곳으로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상태를 살핀다.

 

부가티는 현재까지 12대의 시론을 완성했고, 올해 70대를 만들 계획이다. 참고로, 시론은 총 500대만 생산될 예정이며, 가격은 약 3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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