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로비 뚫은 EU, 가솔린 직분사 엔진도 '필터 장착'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 좋아요 0
  • 승인 2016.12.28 09:00
[이완 칼럼] 로비 뚫은 EU, 가솔린 직분사 엔진도 '필터 장착'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 댓글 0
  • 승인 2016.12.28 0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 화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의미 있는 만남이 있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2018년부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 차량에도 미립자 필터(Particulate Filter)를 장착하게 한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그간 말이 많았던 가솔린 미립자 필터(GPF) 시대가 공식적으로 열리게 됐습니다.

 

# 미세먼지, 디젤 해결하자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말썽

자동차 배출가스 중 시커멓게 뿜어지는 분진, 그러니까 미세먼지는 디젤 자동차 문제로만 인식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DPF를 달았고 대부분 디젤차에서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솔린 자동차에 직분사 엔진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죠. 오히려 직분사 엔진 차량에서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배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 DPF / 사진=BMW

직분사 엔진은 실린더 안으로 직접 고압의 연료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양의 공기를 흡입해 압축비를 높여 엔진 효율성이 좋아지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힘과 연비, 그리고 배출가스 등에서 효과가 나타났죠. 하지만 이런 장점에 취한 나머지 정작 사람과 환경에 해가 되는 미세먼지 문제는 애써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터진 후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가 표면 위로 곳곳에서 올라왔고, 자연스럽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미세먼지 문제도 함께 딸려 나오게 됐습니다. 여러 데이터를 통해 직분사 엔진을 통해 분진이 많이 나온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 붉은 박스 안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결과 /자료=아데아체

가장 최근 공개된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 자료에서도 이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11대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 자동차를 2017년 가을부터 실시되는 새로운 연비측정법에 따라 측정했더니 이 중 1개 모델을 제외하고 10개의 모델에서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 제조사와 정부의 미온적 태도

이처럼 꾸준히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미세먼지 과다배출 문제가 지적되었고 개선이 요구됐지만 어쩐 일인이 해결 의지는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제조사들이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미세먼지 필터를 달지 않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 직분사 엔진 실린더 단면도 / 사진=다임러

또 독일 연방 정부 내에서도 제조사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내부적으로 필터 장착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모이면서 EU 집행위원회의 다수결 표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제조사들은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필터 장착을 거부하고 있는 걸까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건 비용 상승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필터는 개발해 장착하기까지 생산 단가가 늘어나고 이는 판매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라면 역시 성능 저하를 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특히 고마력 고성능 자동차의 경우 필터로 인해 힘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계속되는 로비 vs 원래대로 하고 싶은 EU

하지만 이런 제조사의 저항에도 2018년부터 새로 출시되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 차량은 모두 GPF를 달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럽에 수출하는 자동차 역시 필터를 달아야만 하고 우리나라 역시 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지금도 제조사들은 필터 장착 기간을 어떻게 해서든 늦추고 싶어 합니다. 만약 기간이 안 된다면 필터의 기능이라도 양보를 받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요.

▲ 아우디 신형 A5 2.0 TFSI는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1.4 TSI와 함께 가솔린 분진 필터(GPF)를 장착하고 있다 / 사진=아우디

슈피겔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직경 23나노미터 수준까지 걸러낼 수 있는 미세먼지 필터를 원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그보다 작은 7나노미터까지 필터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가솔린 미세먼지 필터의 장착부터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필터의 규격 문제까지, 제조사와 EU 사이에 입장차이가 꽤 커 보입니다.

워낙 강력하게 로비를 펼치는 게 자동차 업계인지라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미 폭스바겐 그룹이 자발적으로 가솔린 미세먼지 필터 장착을 늘려가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큰 저항 동력은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아무쪼록 건강과 환경 모두를 위해서라도 가솔린 직분사 엔진 차량에 대한 미세먼지 필터 장착 문제가 더는 미뤄지고 방해받지 않았으면 싶네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