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자동차는 많아지고 시장도 커지면서 하루에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각종 루머부터 어이없는 사고까지 황당한 소식도 많았다. 한해를 돌아보는 마음에 올해 있었던 몇몇 황당한 뉴스를 모아봤다.

- 공포의 쌍용차, 아이가 '툭'치니 차가 ‘억’

지난 6월, 주차된 자동차가 굴러가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동도 끈 상태였고 키도 꽂혀있지 않았다. 운전자에 따르면 기어노브를 P모드에 놓고 주차한후 차에서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이 차 안에서 실수로 기어노브를 '툭' 건드렸고 이로 인해 차가 굴러 언덕 아래에 쳐박혔다고 운전자는 밝혔다. 

▲ 언덕에서 기어 노브가 움직여 차가 굴러떨어졌다.

요즘 차는 모두 ‘시프트락’이 장착돼 시동을 끈 상태에선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는 기어노브를 전혀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쌍용차의 시프트레버는 락이 된 상태에서도 기어노브가 조금씩 움직여지는 바람에 이같은 사고가 났다. 차주가 올린 영상을 보면 새끼손가락으로도 시프트레버가 움직여졌다. 

국토부는 곧바로 리콜 조사에 착수했고 쌍용차는 이달 18일, 코란도 투리스모와 코란도 스포츠 2만5600대에 대해서 리콜을 실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5개월간 조사를 진행했고 리콜 대상 차량은 서비스센터에서 변속레버가 풀리지 않도록 TGS(트랜스미션 기어 시프트) 레버 재조정 작업이 진행됐다. 

- 경찰의 방송출연 욕심, 멀쩡한 마세라티를 불법튜닝카로?

경찰의 방송 욕심이 지나쳤다. 경찰이 불법튜닝 집중 단속을 앞두고 KBS・MBC・SBS 등 방송 3사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를 불러모았는데, 하루종일 불법 튜닝 자동차 단속이 한건도 이뤄지지 않자 기자들 요청에 따라 지나가던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불러 세운 것. 배기음이 크다고 불법 튜닝카로 단정 지은 것이다. 

차주 요청에 따라 마세라티(FMK)에서 기술담당자가 달려왔다. 차주와 마세라티 측은 불법튜닝이 아니라며 항변했지만 경찰은 아랑곳 않고 차를 압류했고 언론사 기자들은 이 차를 불법튜닝 폭주차량으로 둔갑시켜 보도했다. 

▲ 경찰은 기자들을 대동하고 마세라티 순정차를 튜닝카로 몰아붙였다.

이어 경찰은 압류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조사했지만 튜닝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소음측정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멋적게 차를 돌려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간첩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체포할 수 있는 것처럼, 차도 불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고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면 압류하는데 아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급발진 있다면 재현 해봐라”, 멍석 깔면 못하는 '급발진'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공개 실험을 실시했다. 급발진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재현 실험을 실시한 것. 국토부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참여자를 모았다. 

지난 6월 26일, 국토부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급발진 재현 실험을 실시했고 자동차 전문가, 정비사, 일반인 등 많은 참가자들이 급발진을 재현하기 위해 모였다. 급발진 평가위원회에서 선정한 6건, 급발진 연구회 주장 8건 등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 대구 남산동 급발진 추정 사고. 국토부와 급발진 재현 참가자는 아무도 급발진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험은 이틀간 진행됐지만 아무도 급발진을 재현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급발진 원인을 규명했다'는 내용을 본인의 카센터 광고 등에 활용 해온 일명 '자동차1호 명장' 박병일 카123텍 대표를 비롯, 김필수 대림대 교수에게도 전화와 서면으로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현재 기술로는 급발진을 재현할 수도, 원인을 알아낼 수도 없다”면서 급발진은 없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 비가 오면 생각나는 ‘水타페’

'안과 밖이 다른 매력적인 반전'이라는게 싼타페의 광고문구였다. 과연 그랬다. 겉보기엔 깔끔했는데, 실내는 물이 축축하게 젖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 물이 새는 일은 없지만, 지난 여름 집중호우가 시작되자 문제가 터져나왔다. 싼타페 트렁크를 통해 물이 새서 타이어 수납공간을 어항처럼 채우고, 물이 뒷좌석 실내 매트까지 적셨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몇몇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 싼타페를 인도받은 고객들은 가장 먼저 고압 세차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7월 16일, 대대적인 무상수리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 무상수리도 논란이 됐다. 트렁크 안쪽을 실리콘으로 방수처리 했는데, 그 모습이 엉성했기 때문이다. 또 처리후엔 실내로 물이 유입되진 않았지만 여전히 트렁크엔 물이 고인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현대차 싼타페와 소비자들의 갈등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리콜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리콜은 없다고 못 박았다.

- 국내선 "에어백 이상 없어요", 미국선 "에어백 보상금 150억원"

국내선 에어백 미전개 주장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선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부상을 입은 운전자에게 약 150억원을 지불하게 됐다.

지난 7월, 미국 버지니아주 플라스키 카운티 법원은 현대차가 티뷰론 운전자 자카리던컨(Zachary Duncan)에게 1400만달러(약 150억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현대차는 법원의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카리던컨은 자신의 현대차 티뷰론을 몰고 가던 중 운전 부주의로 도로를 벗어났고 전복되면서 차체 측면으로 가로수를 들이 박았다. 이 과정에서 사이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뇌를 크게 다쳤다. 던컨 측은 이에 에어백 센서 위치 선정이 잘못돼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았다며 현대차를 고소했다. 

2010년 열린 1차 소송에서는 배심원들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며 결론이 나지 않았고 2차 소송에서 법원은 던컨의 손을 들어줬다.

- “엔진룸에 물 들어가는게 정상?” "고장나면 평생 보증"

아반떼도 엔진룸 누수로 힘든 한해였다. 8월부터 아반떼 누수 문제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번지기 시작했다. 엔진룸으로 물이 들어가 각종 전자장비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비자들도 늘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설전이 펼쳐졌다. 전자장비의 이상이나 합선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반면, 엔진룸에 있는 민감한 부품은 모두 2중 방수처리가 돼있고 차량 성능 평가시 엔진룸 고압 세차 등의 평가를 통해 유입 여부를 평가하니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 아반떼 디젤의 엔진룸. 모터그래프는 직접 물을 뿌려보기도 했다.

여러 언론이 시험해본 결과 아반떼는 보닛 윗편 공기구멍에 물을 조금만 부으면 그대로 엔진룸에 줄줄 새들어가도록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엔진룸 누수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하면서 아반떼와 기아차 K3 엔진룸 누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평생보증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 멈춰버린 기아차의 미래?, "단순한 헤프닝일 뿐"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기아차는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설명하고 니로 콘셉트를 소개했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무대를 가득 메웠고 무대 안쪽의 문이 열리며 니로 콘셉트의 모습이 공개됐다.

▲ 밀어야 움직이는 차, 기아차 니로.

하지만 음악이 멈출때까지 니로 콘셉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행사 관계자들은 사태를 파악하고 신차의 바퀴를 손으로 굴리고 뒤에서 밀어 무대로 끌고 나왔다.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들도 무대 위로 올랐고 기아차 부스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 장면은 당시 기아차 프레스컨퍼런스를 보던 전세계 기자들을 통해 보도됐다. 

콘셉트카가 꼭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아차는 무대연출을 위해 니로 콘셉트카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했다. 일단 장착한 장치가 고장났다는 점에서 체면을 구기기 충분했다. 

- 국정감사, 수입차 업체 사장들은 불렀는데...할말이 없네

지난 10월 열린 그 거창한 '국정감사'에 유래없이 국내 수입차 대표들을 불러모았다.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 월별 실적, 월 판매 예상치, 연간 판매목표 등을 공유하고 담합했는데,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공정위가 손을 놓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루 종일 앉았던 대표들에게 막판 뜬금없는 질문이 서너개 던져졌다. 담합을 했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이나, 불공정행위를 한게 아니냐는 질문 들이었다. 각 대표들 또한 공정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마치 장님 코끼리 잡는 식의 선문답이 이어졌다. 이럴거면 뭐하러 불렀냐는 얘기도 나오고, 문제점 지적을 제대로 못해 오히려 면죄부만 준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각 업체들도 반박에 나섰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훨씬 치열해지고 있는데 핵심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가격은 주로 본사와 조율을 하기 때문에 담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수입차 담합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의혹과 문제점이 불거지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수입차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여러번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수입사-딜러사간 불공정 계약, 수입사의 물량 밀어내기, 딜러사의 재고 떠안기, 금융 계열사 강제 이용 등 전반적인 수입차 업계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 현대차 하이브리드, 실연비는 9km/l?

현대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표시연비가 매우 높은 반면 실제 연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모터그래프는 10월과 11월, 다양한 주행환경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실제 연비 테스트를 진행했다. 여러 차례 주행에도 불구하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한번도 표시 연비를 기록하지 못했다.

▲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에 턱없이 부족했다.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슈퍼카 페라리 캘리포니아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렉서스 ES300h, 디젤 엔진이 장착된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와 차례로 비교했다. 동일한 구간을 달리며 실제 주유량으로 연비를 환산했다. 세차례 진행한 실험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단 한번도 표시연비(16.8km/l)에 미치지 못했다. 세차례 평균연비는 8.8km/l에 불과했다. 

- 박근혜 대통령을 넘어뜨린 벤틀리

국빈이 공식행사 중 넘어지다니. 11월 영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다 넘어지는 모습이 매체로 생중계됐다. 국빈이 넘어지자 주변인들은 감히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도 되는지를 두고 잠시 고민하듯 멈칫거렸다. 대통령은 도열한 영국 신사들이 어쩔줄 몰라 하는 가운데 한명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고, 이어 “드라마 같은 입장(Dramatic Entry)”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넘어진 부분은 뒤로 하고, 재빠른 유머감각이라며 칭찬하는 매체도 있었다.

▲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에서 내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면서 자신의 한복 치마에 발이 걸렸는데, 이 차가 일반적인 차보다 문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어찌보면 차 설계가 잘못 됐다는 주장이다. 

영국 왕실이 주문해 국빈 의전용으로 설계한 이 리무진은 벤트리 아나지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여왕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탈 수 있도록 차의 높이를 무려 1770mm로 높였다. 웬만한 SUV보다 큰 높이다. 반면 지상고는 낮은 편이어서 타고 내리기 어렵지 않다. 

이 차는 퍼레이드를 위해 시속 6.4km로 정속주행하는 크루즈컨트롤이 내장됐으며 각종 방탄장비와 첨단 사양이 더해져 무게는 3390kg에 달한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차체 유리와 철판은 물론 하부에서 올라오는 충격까지 막을 수 있도록 2중 3중의 보호장치를 더했다. 전좌석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까지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내리다 넘어지는 여사님들을 막아주는 기능은 없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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