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K7이라서 좋은 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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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2 17:43
[시승기]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K7이라서 좋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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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K7을 기반으로 만든 하이브리드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은 없었다. 배터리 용량은 조금 늘었지만 K5를 통해 선보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다를 것은 없었다. 오히려 K5 하이브리드는 신형 엔진을 사용했는데, K7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구형 엔진을 쓰고 있었다. 겉으로 봐선 기아차가 경쟁 모델로 꼽은 렉서스 ES300h는 물론이고 K5 하이브리드보다 나을게 없었다. 

 

아주 오래전 등장한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기모터의 성능이나 배터리의 용량이 조금씩 개선된 것을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다. 물론 하이브리드의 선구자 도요타도 마찬가지지만, 둘은 시작점이 엄연히 다르다. 

 

W서울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 주차장을 빠져나오마자 엔진 피스톤의 상하 운동이 시작됐다. 기아차의 준대형차를 담당하는 박기출 PM은 시승 전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EV 모드로 달릴 수 있다”고 자랑했지만, 실제로는 엔진의 도움없인 제힘을 쓰지 못했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EV 모드를 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감각으로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K7 하이브리드는 계속해서 안간힘을 썼다. 도심에서는 수시로 EV 모드가 발동했지만, 언제나 오래 가진 못했다.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는데도 빈번히 엔진이 개입했다.

그러나 역할이 미미하다고 한들, 아예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아차는 연간 3만km씩 3년을 타면, 일반 모델보다 판매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가 경제성을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 수도 있다. 참고로 K7 2.4와 K7 하이브리드의 연간 유류비의 차이는 122만원이다. 

 

이를 더 빨리 회수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연비를 신경써야 한다. 7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에너지 상황과 연비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정지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돼 부족한 연비 운전 스킬을 보완할 수 있다.

 

많은 운전자들이 크루즈 컨트롤이 연비에 이롭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아무리 민감하고, 예리하게 운전해도 컴퓨터의 계산을 따라 오기 힘든 법이다.

하지만 컴퓨터라고 다 똑똑한 것은 아닌 것 같다. K7 하이브리드의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매끄럽지 않았다. ‘에코’ 모드라고 할지라도 지정된 속도까지 온힘을 다해 가속했다. 옆차선의 차가 차선만 밟아도급작스럽게 속도를 줄여 불필요하게 힘을 낭비했다. 

 

신뢰도가 높지 않아 직접 페달을 밟으며 운전할 때보다 더 집중해야 했다. 시승 코스를 절반 쯤 달렸을 때, 슬며시 연비를 확인했는데 영 신통치 않았다.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만 사용했는데, 트립 컴퓨터로 표시되는 ‘비경제 운전’의 비중이 무척 높았다. K7 하이브리드 스스로 달렸는데, 스스로 비경제운전을 한 셈이었다.

 

결국 오른발을 다시 사용하며 시승 코스를 달렸다. 고속에서도 간간히 EV 모드가 개입되기도 했고, 내리막에서는 타력 주행을 통해 에너지 소모를 줄였다. 53분 동안 약 45km를 달린 K7 하이브리드의 트립 연비는 21.6km/l였다. 기아차가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복합연비는 16.2km/l다.

 

2.4리터 세타II MP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은 상당히 얌전했다. 조용했고, 부드러웠다. 대신 그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낮은 속도에서는 전기 모터의 도움을 받아 쾌적한 가속이 가능했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가속이 즉각적이거나 폭발적이지 않았다. 친환경에 대한 이미지를 더 앞서 생각했다면 K5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2.0리터 GDI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배기량을 낮췄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대형차와 배기량에 대한 고리타분한 인식이 작용했을 것 같다.

# K7이라서 좋은 차

한번 충전으로 3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판매되는 시대지만, 여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가 등장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처럼 친환경 전용 모델도 나오고 있고, 차세대 하이브리드로 평가받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도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하면 K7 하이브리드는 너무나 평범하다. 하지만 K7 하이브리드는 어디까지나 K7이다.

 

2세대 신형 K5는 디자인 혹평을 받으며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았지만, 2세대 신형 K7은 반응이 무척 좋다. 1세대와 마찬가지로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독특한 음각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알파벳 ‘Z’ 형상으로 빛나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날렵한 사이드미러, 완만하게 깎인 루프 라인 등은 다소 밋밋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준대형 세단에 생동감과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아무래도 K7에 대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애정은 남다른 것 같다. 

 

큰 형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K9을 대신해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크게 강조됐다. 아직 ‘프리미엄’이란 단어가 K7과 생경하지만 기아차는 나름 노력하고 있다. 부담스럽게 눈부신 ‘화이트 스페셜 인테리어’는 나파 가죽의 촉감이나 바느질의 일정함 등이 뛰어났다. 플라스틱 소재 마감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동등하거나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전륜구동, 2855mm의 휠베이스 등을 통해 상상 이상의 실내 공간을 확보한 점도 큰 무기다. 뒷좌석에 앉으면 운전자가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쇼퍼 드리븐’ 같았다. 

 

여기에 수입차를 비웃는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까지 아낌없이 탑재됐다. 그러면서 가격은 일본 중형차와 비슷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차보다 1천만원 가량 저렴하다. 엇비슷한 가격에 더 많은 것을 갖추고 있고, 하이브리드의 장기적인 경제성까지 고려하면 K7 하이브리드의 매력은 더욱 배가된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것이 모험이 아닌 시대의 흐름이 될 것이니 괜한 걱정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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