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정지 100일, "배고픔보다 차가운 시선이 더 힘들어"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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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9 17:48
[르포]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정지 100일, "배고픔보다 차가운 시선이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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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폭스바겐이 환경부로부터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지 100일이 지났다. 아우디·폭스바겐 전시장 6곳을 둘러보는 동안, 문을 열고 들어온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간 사람과 차로 붐볐던 전시장은 이제 깊은 한숨과 힘없는 발소리가 전부다.

 
 

환경부는 지난 8월2일 위조서류로 불법인증을 받은 아우디·폭스바겐 32개 차종(80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작년 11월 한 달간 8300여대를 팔았던 아우디·폭스바겐은 이제 둘을 합쳐 월 500대 판매도 힘겨운 수준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투아렉과 CC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전 모델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라 '팔고 싶어도 팔 차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 폭스바겐, 영업 일선 한계 봉착

폭스바겐 전시장들은 말 그대로 텅 비었다. 전시차가 모두 빠진 빈 공간에 당직자 두어명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지점장이나 팀장급 인원들도 자리를 비운지 오래다. 여러 전시장 중 한 곳만 투아렉이 실내에 놓여있다. 그나마 새 차가 아니라 시승차로 운영하던 차다. 

 

폭스바겐 영업사원들은 "간간이 찾는 손님이 있지만, 계약은 사실상 전혀 없다"고 했다. 전화도 대부분 A/S와 관련된 사안뿐, 구매 문의는 추석 이후 뚝 끊긴 상태다. 서비스센터는 정비 입고 물량이 유지돼 정상적으로 가동되지만, 영업 일선은 무너지기 직전에 다다랐다고 한다.

한 전직 폭스바겐 딜러사 관계자는 "추석 전까지 출근했지만, 팔 수 있는 차도 없고 해결책도 나오지 않아 자리를 옮겼다"며 "거기만 해도 영업사원과 다른 직원들을 포함해 100여명 가까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영업사원 대부분 수입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기본급 외 실적에 따른 수당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는 대부분 기본급이 낮고 성과급 위주로 운영된다. 상당수 영업사원이 기본급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 옮길 직장을 찾거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부업)에 나서는 경우까지 있다.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가 각 딜러사에게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영업사원까지 전달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매장 폐쇄를 지연시키는 수준이다. 

 

경제적인 문제와 더불어 주변 평판도 영업 일선을 흔든다.

한 폭스바겐 영업사원은 "돈도 문제지만, 차가운 시선과 말들이 더 힘들다"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기꾼 취급을 받을 때는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판매 정상화를 기대하며 100일을 기다려온 이들도 올 연말까지가 한계라고 했다.

# 아우디, 어려움은 우리도 매한가지

그나마 상대적으로 팔 수 있는 차가 다양한 아우디의 경우 폭스바겐보다 분위기가 좀 더 낫다. 손님은 많이 줄었지만, 매장엔 전시차들이 있어 썰렁한 분위기는 아니다.

 

한 아우디 딜러사 관계자는 "내방객보다 실제 계약률이 크게 감소했다"며 "부정확한 언론 보도나 커뮤니티 정보를 보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할인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우디 역시 판매 하락에 따른 영업 일선의 경제적 어려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딜러사 관계자들은 "일단 내년 투자 계획을 모두 중단한 상태"라며 "올 연말까지는 이대로 버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변의 다른 독일차 영업사원들은 "폭스바겐 사태로 시장이 침체되고 수입차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며 "(아우디·폭스바겐 영업사원들이) 딱하지만 우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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