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미국 자동차 시장 현황과 판매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 정 회장은 LA에 위치한 미국판매법인 업무보고를 받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12년 1449만대가 팔리는 등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2015년에는 전년 대비 5.7%까지 감소했다. 올해는 경제 성장률 둔화와 기준 금리 인상 불확실성 증가로 소비심리 둔화가 심화되면서 8월까지 1167만대가 팔려 작년에 비해 0.5% 증가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올 8월까지 미국에서 전년 대비 2.5% 성장한 96만4000대를 판매해 시장 평균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더불어 시장점유율은 작년보다 0.2% 상승한 8.3%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선 이슈를 비롯해 금융 불안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은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에서 약 18%의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단일국가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특히, 상반기 고성장을 보이던 유럽 자동차 시장이 하반기부터 정체로 전환되고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을 지속성장의 열쇠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성과는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변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면서 "혁신과 품질, 고객 신뢰도 향상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3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미국 시장 성장세 확대를 위해 고급차와 친환경차, SUV 차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 선보이는 제네시스 G80와 G90(국내명 EQ900)의 성공적 안착은 물론, 친환경차 및 SUV 수요 변화에 능동적 대응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또, “친환경차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미래 시장을 선점해야 하며, SUV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이 분야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제네시스 브랜드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G80과 플래그십 G90을 앞세워 미국 고급차 시장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G80의 시작 판매가를 기존보다 2650달러 높은 4만1400달러로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고급차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 TV광고를 비롯해 PGA골프투어 토너먼트 타이틀 스폰서 참여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친환경차의 경우, 저유가 영향으로 미국 친환경차 시장이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수년 내 친환경차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견지해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기아차는 K5(현지명 : 옵티마)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SUV는 판촉 강화와 공급 물량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한다.
한편, 정 회장은 미국 시장 점검을 마친 뒤 멕시코 누에보 네온주로 이동해 오는 7일(현지시간)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2014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1년 7개월여 만인 올해 5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멕시코 공장은 관세율이 높은 남미지역 공략에 유리할 뿐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에 가입돼 있어 북미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