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죄지으면 운전면허증을 뺏는다고?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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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8 11:51
[독일은 지금] 죄지으면 운전면허증을 뺏는다고?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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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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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최근 상당히 특이한 법 관련 뉴스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법무부 장관 하이코 마스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을 어겼을 때 운전을 못 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면허 취소는 보통 도로교통법을 어겼을 때 취할 수 있는 처벌의 한 방법이죠. 그런데 법무부 장관이 나서 면허 취소 등의 강한 조치를 모든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정부는 기본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운전할 권리를 박탈을 할지 말지 최종 판단은 법원에 맡기겠다는 게 기본 틀입니다.

 

하이코 마스 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속해 있는 '기독교 민주연합(CDU)'과 연정을 통해 국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민주당(SPD)' 소속의 비교적 젊은(1966년생) 장관입니다. 그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부유한 범죄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운전면허증을 빼앗아 운전을 못 하게 하면 이는 범죄자들이 느낄 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사실 독일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이게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독일 일간지 디차이트는 2013년 독일 총선거를 통해 메르켈이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두자 CDU는 오래전부터 연정을 해오던 '바이에른기독교 사회연합(CSU)'과 함께 투옥을 대체할 수 있으며, 벌금이 별다른 의미가 되지 않는 돈 많은 범죄자들에게 유용하다며 범죄자의 운전금지를 정책으로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새로운 연정파트너인 SPD도 동의했으며, 이후 2015년 4월에는 탈세자들에게 이 법을 적용하자는 정부 내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7월, 독일 가족부 장관은 이혼 가정 아이들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부모에게 운전면허증을 빼앗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이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

하지만 많은 독일인과 유럽 최대 규모 자동차클럽 아데아체 등에서 반대를 하고 있어  이 법이 과연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아데아체는 공식 논평을 통해, 면허증을 잃는 것은 교통문화와 관련한 교육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를 모든 범죄와 연결 짓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무엇보다 자동차가 필요 없는 범법자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는 처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료회원이 1800만 명이나 되는 아데아체는 독일 내 교통 정책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는 조직으로, 아데아체의 이런 공식적 반대 의견은 법을 마련하는데 쉽지 않을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또 관련 소식을 접한 독일 네티즌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는데요. 정치인들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등의 비판은 물론, 이미 충분히 돈 가진 범법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수벌금제(Tagessatz)'가 있는데 왜 이를 적극 활용할 생각을 않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 일수벌금제란?

유럽의 많은 나라는 일수벌금제라는 걸 실시하고 있죠. 독일도 예외는 아닌데요. 법원이 범법자에게 벌금형을 내릴 때 그 사람의 월수입, 혹은 연 소득을 계산해 하루에 벌금 얼마 하는 형식으로 처벌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심각한 과속으로 법정에까지 서게 된 소득 높은 독일 운전자가 있다고 해보죠. 독일 법원은 짧게는 5일부터 최대 360일까지, 소득을 계산해 하루에 최소 1유로에서 최대 3만 유로(3천 8백만 원)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벌금 1000유로를 300일에 해당하는 만큼 내라고 만약 판결이 난다면 총 3억 7천 5백만 원을 내야만 합니다. 이처럼 소득에 비례해 벌금을 물게 하는 일수벌금제는 벌금 대신 감옥에 가겠다고 하는 경우를 허락하지 않고 있으며 할부 납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런 일수벌금제 외 운전할 권리 박탈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함으로써 범죄를 줄이거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여론의 반발, 그리고 영향력 있는 자동차클럽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몇 년째 눈치를 보고 있는 이 법안이 정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여부를 떠나 독일에서 면허를 따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자동차가 생활이 된 그들에게 아우토반을 달리지 못하게 된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것만큼 강력한 처벌도 없어 보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법을 만들려 하나 싶기도 한데요. 만약 독일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이 법에 찬성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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